최근 한의계에서 처음으로 모유 속 한약 성분 검출에 관한 논문이 발표됐다. 화제의 논문인 ‘산모의 한약 복용이 모유에 미치는 영향 : HPLC와 LC/MS/MS를 이용한 생화탕 지표성분 분석’은 모유수유학계 뿐 아니라 한의계 전체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논문의 저자 박가영 한의사(32)를 만나보았다.

‘안전성 및 수유에 미치는 영향 연구’ 한의계에 끼치는 영향 클듯

◇지도교수인 이은희 우석대 한의과대 교수(좌)와 박가영 한의사.

▶이번 논문을 기획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모교인 우석대학교 부속 한방병원 부인과에서 전문의 과정을 밟았다. 우석대한방병원 부인과는 산후클리닉으로 특화가 돼 있어 레지던트 시절 출산 직후 산모의 치료를 담당했다. 세계적으로 모유수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 임상에서 접하게 된 산모들의 모유수유의 열정은 참 대단했고, 한의학적 치료에 우호적인 분들이 본원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모유수유하는데 한약을 먹어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전통적인 임상축적과 문헌을 근거로 대답은 했지만, 실제 임상연구의 필요성을 느꼈고, 마침 부인과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논문을 기획하게 됐다.
 

▶연구 진행에서 어려웠던 점 및 향후 보완해야 할 사항은.
임상연구라 대상자를 찾는 게 가장 힘들었다. 특히 아기에게 먹일 모유를 제공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어려웠다. 사실, 식약청 승인을 받은 후 한약을 제공하고 복용기간 대상자에 대한 통제를 하는 과정을 거쳐야 더 정확한 연구가 됐겠지만, 시간의 부족과 가장 큰 문제는 개인 연구다보니 연구비의 한계로 생화탕을 복용 중인 산모에게서 모유를 제공받을 수밖에 없었다. 연구비가 넉넉했다면, 충분한 보상으로 지원자를 더 쉽게 모을 수 있었을 것이고 한약의 제공과 대상자들의 교육 및 통제로 더 정확한 연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연구는 아주 초보적인 시작에 불과하다. 약재의 용량, 배출시간에 대한 고려 등 좀 더 탄탄한 시험설계에 따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현재 영미권 국가의 보건의료의 중심담론으로 근거중심의학이 자리 잡았고, 우리나라의 의료계도 이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한의계도 마찬가지이다. 생화탕은 수백년간 부작용 보고 없이 산후 통치방으로 사용된 처방이며, 우석대병원 자체에서도 매년 400건 이상 처방되고 있는 안전한 처방이다. 하지만 생화탕을 비롯한 복합처방에 대한 수유중 복용 안전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결과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수유 중 한약복용(복합처방)에 관해 비교적 관대했던 국내에서도 일부 의료인들이 수유 중 한약복용에 대한 공격이나 잘못된 정보의 제공이 늘고 있고, 수유부 또한 수유 중 한약의 모유 노출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본 연구에서 약재의 지표물질로 삼은 성분이 대부분 모유에서 확인되지 않았고, 당귀의 성분이 확인됐지만, 그 양이 수유 중 허용용량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양으로, 수유 중 생화탕 복용이 안전하다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복합처방이 산후회복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국내외에서 종종 보고돼 왔으나 안전성 및 수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최초였다는데 더 의미가 있다.
 

▶한의학이 산모에게 좋은 점을 꼽자면.
임신과 출산은 엄마가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경악(景岳)선생님은 분만을 할 때 기와 혈이 빠져나간다 하더라도 잠시 손상된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드시 회복된다 했다. 단, 평소 병이 없거나, 젊을 때 출산을 하거나, 고생을 잘 참고 산 경우에 산후에 허증이 없다 했는데, 오늘날 초산 연령이 30세를 넘기 시작했고 생활에 스트레스가 많고, 체력이 좋지 못해 사실은 산후불허증에 해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의 회복에 대한 치료가 한의학에만 존재하는 부분으로 여전히 임상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는 부분이다.
 

▶우석대학교 대학원 한의학과 한방부인과에 대해 소개하자면.
일반 타대학 병원 한방부인과와 마찬가지로 부인질환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1999년 산후클리닉 병동을 개설한 이래로 산모들의 치료를 조리와 연계시켜 운영하고 있고 대학원에서는 산후 관련된 논문들을 매년 2~3편 이상 발표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이제 전문의 자격을 받은 지 2년이 됐고, 임상 초보로 여러 경험을 해보기 위해 현재는 재활병원에 근무하면서 통증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2014년에는 개인적으로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할 것이고, 그렇게 좀 더 여성을 이해할 수 있게 성숙한 후 여성질환을 다루는 한의원을 경영할 계획이다.(웃음)

신은주 기자 44juliet@mj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