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모유수유 한의학회 정보통신 이사로 활동 중인 김현지 한의사

옛날에는 모유 말고는 아기에게 먹일 것이 없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산모가 아이에게 젖을 먹일 수 없을 땐 젖동냥을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늘어나면서 산모가 모유 수유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시작됐다. 1965년 출시된 분유는 엄마들로 하여금 더 이상 모유 수유만 고집하지 않아도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런 흐름은 2000년대 초까지 이어져 모유는 6개월 정도만 먹이고 분유로 갈아타는 게 일반적이었다. 수유를 오래할라치면 주변에서 ‘영양가가 떨어진 모유 먹여서 뭣 하냐’는 핀잔이 산모에게 날아오기도 했다. 이렇게 모유 수유에 대한 이런 잘못된 관념이 오랫동안 엄마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의사, 간호사, 한의사 등 의료인들도 모유 수유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긴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모유가 좋다는 건 알아도 제대로 수유하는 방법을 아는 의료인은 드물었다.

2000년대 이후 모유 수유가 아이 뿐 아니라 엄마의 건강과 정서적 유대관계에 좋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일종의 모유 수유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올바른 수유 상식을 아는 엄마들은 적은 편이었다. 관련 전문가나 교육 프로그램 등이 거의 없었던 탓이다.  

그러던 중 뜻있는 한의사들이 모여 2007년 모유수유를 지지하는 모임 (바른모유수유를 위한 한의사모임)이 만들어졌고 이것이 이어져 2011년 '대한 모유수유 한의학회'가 정식으로 출범하게 됐다. 

대한 모유수유 한의학회는 보다 많은 아이들이 완전모유수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수유모와 가족들에게 모유수유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유 수유 전문 사이트와 한의학계 언론 등에 칼럼을 게재하고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한의사들에게 모유 수유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교육하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한의사 모유수유전문가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 “엄마는 아이에게 필요한 만큼의 젖을 줄 수 있답니다”

대한모유수유 한의학회 정보통신 이사로 모유 수유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김현지 한의사. 국제모유수유 전문가인 IBCLC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결코 쉽지 않았던 모유 수유 과정을 겪었기에 모유 수유의 중요성과 성공비법을 잘 알고 있다. 

다음은 김현지 한의사가 전하는 모유 수유에 대한 오해들이다.

스스로의 오해 - ‘나는 젖양이 적다’ ‘젖양이 적어서 혼합수유를 해야 한다’

가족에 의한 오해 - ‘모유는 6개월 이후 영양가가 없다.’ ‘모유를 1년 이상 먹으면 아기가 멍청해진다’ ‘모유수유 중 엄마는 칼로리 섭취를 늘려야 한다’ ‘모유수유를 하면 엄마는 골다공증에 잘 걸린다’

비의료인에 의한 오해 - ‘모유수유 중 인삼, 감초 등 건강식품은 수유모와 아이에게 좋은 것이니 임의로 복용해도 된다’ ‘가물치, 잉어, 호박즙 등을 먹으면 모든 사람이 젖양이 늘어나고 산후회복에 도움을 받는다’

의료인에 의해 생기는 오해 - ‘모유 수유모(母)가 미역국을 많이 먹으면 아이에게 갑상선질환이 생긴다.’ ‘모유수유 중 비타민D 보충제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 ‘황달이면 모유수유를 중단하여야 한다’ ‘산후우울증, 유선염, 기타질환과 관련한 약을 먹으면 모유수유를 중단하여야 한다’

김현지 한의사는 이에 대해 “엄마는 아이에게 필요한 양만큼의 젖을 먹일 수 있다”고 단언한다. 아울러 “모유는 아이에게 최고의 식품인 동시에 수유를 하면서 엄마와 아이의 친밀한 관계 형성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수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좋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많은 엄마들이 모유 수유 비전문가인 가족이나 건강식품업자 또는 모유수유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산후 조리원 종사자, 산부인과 의사, 소아과의사, 한의사들의 얘기를 귀담아 듣는다. 그 때문에 모유수유를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심지어 수유모와 아기에게 유해할 수 있는 것들이 상업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김현지 한의사는 “모유 수유의 원칙은 단 한 가지, 즉 엄마는 모유 수유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젖을 주려는 엄마의 의지에 전문가의 적절한 관리가 더해진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모유 수유를 꾸준히 계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유 수유는 엄마와 아기들의 상황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이 방향이 맞다, 저 방향이 옳다’고 말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엄마를 심하게 찾고 보채는 아이, 얌전히 젖을 주는 대로 잘 먹는 아이 등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전문가의 적절한 코칭이 중요하다.

또한 유선염에 걸렸거나 수술을 해야 할 경우 등 엄마에게 사정이 생겼을 때 전문가가 나서  아이에게 유해하지 않은 항생제를 처방한다든지 수술 후에도 수유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모유 수유를 중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

김현지 한의사는 “모유 수유를 향한 엄마의 의지를 지지해 줄 수 있는 전문가가 옆에 있어 수유 중간에 찾아 올 수 있는 위기들을 잘 넘길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줘야 하는데 이는 저와 학회의 몫”이라고 말했다.  

◆ “둘째 모유 수유 성공이 1차 목표죠”
 
김현지 한의사는 원래 한방 소아과 전문의로 활동했다. 하지만 모유 수유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은 거의 없는 편이어서 늘 마음 한 구석에 아쉬움이 있었다. 관련 공부를 해야 하겠다고 결심하면서 대한 모유수유 한의학회와 연결이 됐다. 국제모유수유 전문가 시험을 준비하던 중 임신을 하게 됐고 아이를 키우면서 계속 공부를 해 나갔다. 자격증을 딴 이후 학회 측의 권유로 자연스럽게 홈페이지 구축, 칼럼 연재 등 홍보 일을 돕게 됐다.

“수유를 하면서 학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이름뿐인 전문가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는 모유수유전문 한의사로 거듭난 셈이죠.”  

김현지 한의사는 모유 수유를 성공하기 위해 1년 정도 육아를 쉬는 모험을 감행했다. 아이가 워낙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애착이 많고 끊임없이 젖을 달라고 보채는 아이였다는 게 그의 말이다. “기골이 장대하고 식탐이 강한 아이였죠(웃음).”
 
“직장에 다니는 분들이 가장 고민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유 수유를 지지해 주는 저 같은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청해보세요.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데 큰 힘이 될 겁니다.”  

김 한의사는 마지막으로 “홈페이지 구축, 책 출간 등 학회에서 필요한 일들은 계속 할 예정”이라며 “1차 목표는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둘째아이의 모유 수유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라며 수줍게 말했다.